세 줄 요약
서울 한복판에서 역사와 개발이 충돌하고 있어요. 6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1호 세계문화유산 종묘 바로 앞, 세운상가 재개발을 둘러싸고 서울시와 국가유산청이 팽팽한 대립을 벌이고 있죠. 단순히 건물 높이 문제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갈등은 수도권 전역의 재개발과 신도시 사업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뜨거운 감자예요.
100미터 대 55미터, 서울시와 유산청의 첫 번째 충돌
서울시는 세운 4지구 정비계획을 만들면서 종로 쪽 건물 높이를 최대 100미터, 청계천 쪽은 145미터까지 허용하는 개발계획을 내놨어요. 이전에 국가유산청 심의를 거쳐 정해진 높이가 종로 55미터, 청계천 72미터였던 걸 생각하면 거의 2배 가까이 높인 셈이죠.
국가유산청의 반발은 즉각적이었어요. 세운 4구역에 고층 빌딩이 들어서면 맞은편 종묘의 경관을 심각하게 해칠 수 있다는 거예요. 유네스코 권고에 따라 세계유산 영향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계획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요청했죠. 하지만 서울시는 단호했어요. 세운 4구역은 종묘에서 170미터 이상 떨어져 있어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100미터 밖에 있으니 법적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었어요.
이 논쟁이 왜 지금 중요한지 아시나요? 단순히 건물 몇 층 더 올리고 마는 문제가 아니라, 향후 수십 년간 서울의 도시 경관과 개발 방향을 결정하는 중대한 기로이기 때문이에요.

국가유산법 시행령,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
서울시의 거부에 직면한 국가유산청은 결국 강력한 카드를 꺼내 들었어요. 바로 국가유산법 시행령 개정이에요. 기존 국가유산법에는 "유산지구 밖이라도 세계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고 인정되면 영향평가를 요청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었지만, 구체적인 시행령이 없어 실효성이 없었죠.
그런데 2025년, 유산청이 도시정비 사업을 포함한 15개 사업을 규제 대상으로 포함하는 시행령을 만들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문제는 평가 대상의 범위예요. 법에는 "유산지구 밖"이라고만 되어 있을 뿐, 시행령에 구체적인 거리 기준이 명시되지 않았거든요. 이 말은 해석에 따라 세계문화유산 주변 전 지역이 평가 범위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뜻이에요.
유산청 측은 "국가유산마다 고유한 특성이 있기 때문에 획일적 거리 기준을 정할 수 없다"고 설명해요. 하지만 사업자 입장에서는 예측 불가능한 리스크가 생기는 거죠.
강북권 3만 가구, 신도시 사업까지 직격탄
서울시는 이 시행령이 강북권 재개발에 치명타가 될 거라고 경고하고 있어요. 세계유산 반경 500미터 이내로만 범위를 설정해도 태릉·강릉·의릉을 포함해 38개 정비사업, 약 3만 가구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정되거든요.
실제 사례를 보면 더 심각해요. 3기 신도시인 창릉 신도시는 4년째 영향평가를 받고 있어요. 서오릉에서 50층 주상복합 건물 상층부가 능선 위로 보이면 안 된다는 의견 때문에 사업이 멈춰 선 거예요. 태릉 골프장 개발도 마찬가지예요. 2020년 8·4 부동산대책에서 1만 가구 공급이 계획됐다가, 2022년 세계유산 영향평가를 거치면서 3000가구로 축소됐죠.
한 정비사업 조합 관계자는 "영향평가에 최소 2~3년이 걸리는데, 그 사이 금리와 건축비가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몰라요. 게다가 평가 결과에 따라 사업 규모가 축소되면 조합원들의 분담금도 급증하죠"라며 우려를 표했어요.

역사 보존과 도시 개발, 해법은 없을까
유산청의 고민도 이해는 돼요. 유네스코는 이미 2018년 종묘 주변 고층 건물 개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바 있고, 세계유산 등재가 취소될 수도 있다는 경고도 있었거든요. 실제로 영국 리버풀 해양 상업 도시는 고층 건물 개발로 2021년 세계유산 목록에서 삭제됐어요.
하지만 서울시와 주민들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어요. 서울 강북권은 이미 노후화가 심각한데, 재개발마저 막히면 지역 쇠퇴가 가속화될 수 있으니까요. 한 부동산 전문가는 "명확한 기준 없이 재량으로 판단하면 사업 예측 가능성이 사라져요. 민간 사업자들이 아예 손을 떼게 되는 거죠"라고 지적했어요.
투명한 기준과 소통, 해결의 실마리
이 문제를 풀려면 몇 가지가 필요해요.
첫째, 명확한 거리 기준과 평가 프로세스가 시행령에 담겨야 해요. "탁월한 보편적 가치에 중대한 영향"이라는 추상적 표현만으로는 사업자들이 판단할 수 없거든요.
둘째, 사전 협의 시스템이 강화돼야 해요. 정비계획 수립 초기 단계부터 유산청과 지자체, 주민이 함께 테이블에 앉아 조율하면 나중에 갈등이 폭발하는 걸 막을 수 있어요.
셋째, 역사 보존과 개발이 공존하는 해외 사례를 적극 연구해야 해요. 파리는 에펠탑 주변 건축물 높이를 엄격히 제한하면서도, 지정된 구역에서는 현대적 건축을 허용해 균형을 맞추고 있거든요.
2026년, 새로운 균형점을 찾을 수 있을까
결국 이 갈등은 '역사를 지키느냐, 도시를 발전시키느냐'라는 이분법적 선택이 아니에요. 둘 다 중요하고, 둘 다 포기할 수 없는 가치니까요. 중요한 건 투명한 기준과 예측 가능한 절차, 그리고 진정성 있는 소통이에요.
종묘와 세운상가 갈등은 앞으로 전국의 세계유산 주변 개발 사업에 선례가 될 거예요. 지금 우리가 어떤 해법을 찾느냐에 따라, 역사와 현대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도시를 만들 수도, 아니면 개발과 보존 모두를 잃는 최악의 결과를 맞을 수도 있어요.
서울시와 국가유산청이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인 해법을 찾길 기대해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시민과 조합원,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기를 바라요. 우리 모두의 역사이자, 우리 모두의 삶의 터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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