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어느 조용한 저녁, 예약 확정 문자를 받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설렘이 있어요. 손종원 셰프가 이끄는 두 개의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 이타닉 가든과 라망 시크레. 하나는 한식의 본질을 재해석한 '식물원', 다른 하나는 프렌치 기법에 한국의 감성을 입힌 '비밀스러운 연인'이라는 이름을 가진 곳이죠. 같은 셰프가 운영하지만 완전히 다른 두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는 건, 미식가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특별한 기회예요.
이타닉 가든, 먹는 식물원에서의 한식 재발견
'이타닉 가든(Eatanic Garden)'이라는 이름부터 재치가 넘쳐요. 'Eat(먹다)'와 'Botanic(식물의)', 'Garden(정원)'을 결합한 말장난으로, '식물원'과 '식(食)물원'의 동음이의어를 활용한 이름이에요. 실제로 이곳에서는 마치 식물도감을 펼쳐보듯, 각각의 재료를 소개하며 한식 파인다이닝을 선보이죠.
이타닉 가든에 들어서면 정말 정원에 온 듯한 느낌을 받아요. 초록빛 식물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고, 자연광이 은은하게 스며드는 공간 디자인이 인상적이에요. 테이블에 앉으면 셰프가 직접 선별한 제철 재료들이 하나하나 소개되는데, 이 과정 자체가 하나의 스토리텔링이 되죠.
코스는 보통 10가지 안팎으로 구성되며, 각 요리마다 사용된 재료의 출처와 특징을 상세히 설명해 줘요. 예를 들어 강원도 산골에서 채취한 야생 나물, 제주 해녀가 직접 딴 해산물, 전라도 할머니가 담근 장류까지. 한식의 기본이 되는 장(醬) 문화와 발효의 깊이, 그리고 제철 채소의 신선함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경험이에요.
특히 인상적인 건 플레이팅이에요. 한식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전통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현대적이고 미니멀한 방식으로 담아내요. 하지만 그 안에는 한국의 색과 맛, 그리고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 있죠. 가격은 1인당 15만 원대 중반부터 시작하며, 와인 페어링을 추가하면 20만 원을 넘어요. 예약은 최소 2주 전에는 해야 자리를 잡을 수 있어요.

라망 시크레, 비밀스러운 연인과의 만찬
레스케이프 호텔에 자리한 '라망 시크레(L'Amant Secret)'는 프랑스어로 '비밀스러운 연인'이라는 뜻이에요. 이름에서부터 로맨틱하고 은밀한 분위기가 느껴지죠. 이타닉 가든이 밝고 개방적인 공간이라면, 라망 시크레는 조명을 낮추고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분위기예요.
이곳의 특징은 프렌치 파인다이닝에 한국적인 요소를 가미했다는 점이에요. 프랑스 요리의 정교한 기법과 한국 식재료의 조화가 놀라워요. 예를 들어 프렌치 소스에 고추장이나 된장을 활용하거나, 서양식 육류 요리에 김치나 장아찌를 곁들이는 식이죠. 이 조합이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맛의 지평을 열어줘요.
코스는 8~10개 정도로 구성되며, 에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흐름이 매끄러워요. 와인 리스트도 풍부해서 소믈리에의 추천을 받아 페어링을 즐기면 더욱 완벽한 경험이 돼요. 가격대는 이타닉 가든과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수준이며, 특별한 날이나 기념일에 방문하기 좋은 곳이에요.
레스케이프 호텔 내부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도 좋고, 식사 후 호텔 라운지나 바에서 여유를 즐길 수도 있어요. 특히 커플 단위 방문객이 많으며, 프러포즈나 기념일 이벤트를 위한 별도 서비스도 제공해요.

두 레스토랑, 하나의 철학
손종원 셰프는 한식과 양식이라는 두 가지 장르를 각기 다른 공간에서 구현하면서도, 하나의 일관된 철학을 유지해요. 바로 '재료에 대한 존중'과 '이야기가 있는 요리'예요. 이타닉 가든에서는 한식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고, 라망 시크레에서는 한국 재료를 서양 기법으로 재해석하죠.

두 곳 모두 미슐랭 가이드 1스타를 받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해요. 한 셰프가 두 개의 다른 장르 레스토랑으로 동시에 별을 받는 건 국내에서도 드문 사례죠. 이는 손종원 셰프의 미식 세계가 얼마나 폭넓고 깊은지를 보여주는 증거예요.
방문 시 예약은 필수예요. 두 곳 모두 인기가 높아서 평일 저녁도 2~3주 전에는 예약해야 하고, 주말이나 특별한 날은 한 달 이상 여유를 두는 게 좋아요. 복장은 스마트 캐주얼 이상을 권장하며, 특히 라망 시크레는 격식을 갖춘 복장이 분위기에 더 어울려요.
손종원 셰프의 두 레스토랑은 단순히 음식을 먹는 곳이 아니라, 한 편의 이야기를 경험하는 공간이에요. 이타닉 가든에서 한식의 뿌리를 재발견하고, 라망 시크레에서 한국과 프랑스의 만남을 느끼는 동안, 우리는 음식이 단순한 끼니가 아니라 문화이자 예술임을 깨닫게 돼요. 두 곳을 모두 방문해 보면, 같은 셰프가 그려내는 전혀 다른 두 개의 미식 세계를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하죠. 특별한 날, 혹은 스스로에게 주는 작은 선물로 이 경험을 선택한다면, 분명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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