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햇살이 잔잔한 세토 내해를 비추면, 파란 하늘과 맞닿은 작은 섬이 모습을 드러내요. 잔잔한 파도 소리와 함께 항구에서 가장 먼저 들리는 건 고양이들의 울음소리예요. 일본 에히메현 오즈시 해안가에서 약 13.5km 떨어진 곳, 사람보다 고양이가 더 많은 섬 '아오시마'가 바로 그곳이에요. 섬 전체를 덮은 햇빛, 바닷바람에 섞인 짠 내음, 그리고 어디선가 나타나는 고양이들의 여유로운 모습이 이곳을 특별한 여행지로 만들어요.
아오시마로 가는 길, 제한된 기회를 잡아라
아오시마는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에요. 하루 두 번만 운항하는 여객선이 유일한 교통수단이기 때문이죠. 오즈시의 나가하마항에서 출발하는 배는 오전 8시와 오후 2시 35분, 하루 단 두 차례만 섬으로 향해요. 귀환 시간도 정해져 있어서 오전 배를 타면 약 5시간, 오후 배를 타면 약 1시간 정도만 섬에 머물 수 있어요.
배삯은 왕복 1,360엔 정도로 부담 없는 편이지만, 정원이 34명으로 제한되어 있어요. 성수기에는 아침 일찍 도착해도 탑승하지 못할 수 있으니,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이 점을 꼭 고려해야 해요. 배는 약 35분간 세토 내해를 가로지르며, 창밖으로 펼쳐지는 섬들의 풍경만으로도 여행의 설렘이 배가돼요.

항구에서 시작되는 고양이들과의 만남
배가 아오시마 항구에 닿는 순간, 이미 수십 마리의 고양이들이 여행객을 기다리고 있어요. 누군가는 느긋하게 앉아 있고, 누군가는 꼬리를 세우며 다가와요. 이곳의 고양이들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아요. 오히려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여행객을 맞이하죠.
2025년 기준 사람 한 명당 고양이 30~40마리 꼴의 비율로 살아가는 마을이에요. 이런 비율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내요. 항구를 벗어나 마을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면, 골목 곳곳에서 고양이들이 낮잠을 자거나 그루밍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섬을 거닐며 만나는 고양이들의 일상
아오시마는 둘레가 약 4km에 불과한 작은 섬이에요. 1~2시간이면 섬 전체를 천천히 둘러볼 수 있죠. 섬에는 편의점도, 카페도, 식당도 없어요. 자판기 하나 없는 이곳에서는 반드시 간식과 음료를 미리 준비해 가야 해요. 고양이 사료도 마찬가지예요. 섬 주민들이 고양이를 돌보지만, 방문객이 주는 간식은 고양이들에게 특별한 즐거움이 되어요.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면 빈집과 낡은 건물들이 눈에 띄어요. 과거에는 어업으로 번성했던 마을이지만, 인구 감소로 점차 쇠퇴했죠. 하지만 고양이들은 이 빈 공간을 자신들의 놀이터로 삼았어요. 지붕 위, 담장 위, 버려진 어구 사이, 어디에나 고양이가 있어요. 카메라를 들이대도 도망가지 않고, 오히려 렌즈를 향해 포즈를 취하는 듯한 고양이들의 여유가 인상적이에요.

아오시마 여행 시 꼭 지켜야 할 에티켓
아오시마는 관광지이기 전에 사람들이 살아가는 마을이에요. 소수의 주민들이 고양이와 함께 조용히 살아가는 공간이기 때문에, 방문객의 배려가 무엇보다 중요해요. 큰 소리로 떠들거나 민가 안을 들여다보는 행동은 삼가야 해요.
고양이에게 사료를 줄 때도 적당량만 주는 것이 좋아요. 과도한 급여는 오히려 고양이 건강에 해로울 수 있어요. 쓰레기는 반드시 되가져가야 하며, 섬 안에 쓰레기통이 없으니 여행용 봉투를 준비하는 것이 좋아요. 고양이를 안거나 억지로 만지려 하지 말고, 고양이가 먼저 다가오길 기다려주세요.
아오시마가 주는 특별한 울림
아오시마에서의 시간은 빠르게 흐르지 않아요. 배 시간에 맞춰 항구로 돌아올 때쯤이면, 마음 어딘가가 고요해진 것을 느껴요. 고양이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일상을 살아가고, 우리는 잠시 그 세계를 엿보다 돌아가는 거죠. 이 작은 섬은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느림'의 가치를 일깨워줘요.
사람보다 고양이가 많은 이곳에서, 우리는 자연과 동물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모습을 봐요. 관광지의 화려함은 없지만, 그 대신 순수함과 평온함이 있어요. 아오시마는 단순히 고양이를 보러 가는 곳이 아니라, 우리가 잊고 살았던 여유와 공존의 의미를 되새기는 여행지예요. 돌아오는 배 위에서 바라본 섬의 작은 실루엣은,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을 거예요.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