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 처음 갔을 때 가장 놀라웠던 광경이 뭐였냐고요?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 사람들이 멀쩡히 우산도 안 쓰고 걸어다니는 모습이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온 여행자답게 접이식 우산을 꺼내 들었는데, 주변 영국인들은 후드만 살짝 올리거나 아예 그냥 비를 맞으며 길을 걷더라고요.
"저 사람들 왜 저러지?" 싶었지만, 며칠 지내다 보니 이게 단순한 무관심이 아니라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영국 날씨의 특성, 우산이 필요 없는 이유
영국 비는 한국의 여름 장마나 소나기와는 전혀 다릅니다. 대부분 '드리즐(drizzle)'이라고 부르는 가벼운 이슬비 형태로 내리죠. 빗방울이 굵고 세차게 쏟아지기보다는, 안개처럼 흩뿌려지는 느낌이라 옷이 푹 젖을 정도는 아닙니다. 게다가 비가 하루 종일 내리는 게 아니라 갑자기 왔다가 10분 만에 그치는 일도 많아서, 우산을 펼칠 타이밍조차 애매합니다.
영국 기상청 데이터에 따르면 런던의 연평균 강수일은 150일 정도이지만, 실제로 많은 양의 비가 내리는 날은 그보다 훨씬 적습니다. 즉, 비가 자주 오긴 하지만 대부분 짧고 가볍게 지나가는 형태라는 거죠. 이런 날씨 패턴이 반복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굳이 우산까지 펼칠 필요가 있나?" 하는 실용주의 문화가 자리 잡은 겁니다.

방수 재킷과 후드 문화의 발달
영국인들이 우산 대신 선택하는 건 바로 방수 재킷과 후드입니다. 아웃도어 브랜드든 일반 패션 브랜드든, 영국에서 파는 겉옷 대부분이 기본적으로 방수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후드가 달린 옷은 영국에서 거의 필수 아이템입니다. 갑자기 비가 내리면 후드만 쓱 올리면 되니까요. 우산처럼 손에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고, 바람에 뒤집힐 걱정도 없습니다. 특히 런던처럼 바람이 자주 부는 도시에서는 우산이 오히려 불편할 때가 많습니다. 좁은 길에서 다른 사람과 부딪히기도 하고, 지하철이나 버스에 탈 때도 젖은 우산을 챙기는 게 번거롭죠.
영국인 특유의 실용주의와 태도
영국인들의 "비는 어차피 피할 수 없으니 그냥 받아들이자"는 태도도 한몫합니다. 이건 영국 문화 전반에 깔린 실용주의와도 연결되는데요. 그들은 날씨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어떤 날씨든 그냥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로 영국인들과 이야기해 보면 "비가 온다고 계획을 바꾸진 않는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공원에서 조깅하기로 했으면 비가 오든 말든 그냥 나가고, 친구와 약속이 있으면 비 때문에 취소하는 법이 거의 없습니다. 이런 문화적 배경 속에서 우산은 점차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괜찮은' 아이템이 된 겁니다.

여행자를 위한 영국 날씨 대비 팁
만약 영국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우산보다는 방수 재킷 한 벌을 챙기는 걸 추천합니다. 가볍고 작게 접히는 패커블 재킷이면 더 좋습니다. 런닝타임이 긴 관광 일정에서는 손이 자유로워야 사진도 찍고 지도도 보기 편하니까요.
난이도로 따지자면, 영국 날씨 적응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며칠만 지내면 현지인처럼 가벼운 비는 그냥 무시하게 되더라고요. 추천 대상은 실용적인 여행을 선호하는 분들입니다. 패션보다 기능성을 중시한다면 금방 영국식 스타일에 익숙해질 겁니다.
준비물로는 방수 재킷, 걷기 편한 신발(방수 처리된 것이면 베스트), 그리고 여러 겹 레이어링할 수 있는 옷들을 챙기세요. 영국 날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기 때문에 탈착이 쉬운 옷이 유리합니다.
비 오는 날 더 즐거운 영국 여행
사실 비 오는 영국에는 나름의 매력이 있습니다. 비에 젖은 런던의 석조 건물들은 더 고풍스러워 보이고, 펍 창문에 맺힌 빗방울 너머로 보이는 따뜻한 불빛은 그림 같습니다. 영국인들이 우산 없이 걷는 걸 보면서 "저게 바로 영국식 여유로움이구나" 싶었습니다.
영국 여행에 간다면 이러한 여유로움도 느껴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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