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묵호항에 도착하자 짠한 바다 냄새가 가장 먼저 코끝을 스쳐요. 아직 안개가 채 걷히지 않은 항구 위로 갈매기들의 울음소리가 경쾌하게 퍼지고, 파란색과 빨간색으로 칠해진 어선들이 물결에 맞춰 천천히 흔들려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 누구의 일정에도 맞추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운 여행지를 찾는다면 묵호만큼 좋은 곳이 없어요. 강원도 동해시에 자리한 이 작은 항구 마을은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볼거리와 먹거리가 충분해 1인 여행자에게 딱 맞는 공간이에요.
오전: 묵호등대와 논골담길로 시작하는 하루
서울에서 출발한다면 KTX로 동해역까지 약 3시간, 부산에서는 2시간 30분 정도 소요돼요. 동해역에서 묵호항까지는 버스나 택시로 10분이면 닿을 수 있어요. 아침 일찍 도착했다면 가장 먼저 묵호등대로 향해보세요. 1963년에 처음 불을 밝힌 이 등대는 하얀 외관과 빨간 지붕이 인상적이며, 등대 전망대에 오르면 탁 트인 동해 바다가 한눈에 들어와요.
등대에서 내려와 논골담길을 천천히 걸어보세요. 이 골목은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촬영지로 유명해졌지만, 그보다 더 매력적인 건 골목 곳곳에 그려진 벽화와 낡은 집들 사이로 보이는 바다 풍경이에요. 좁은 계단을 따라 오르내리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다 보면 어느새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어요. 혼자라서 누구 눈치도 볼 필요 없이 마음 가는 대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길 수 있다는 게 1인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이죠.

점심: 묵호항 물회와 회센터 탐방
오전 산책으로 출출해진 배를 채울 시간이에요. 묵호항 회센터는 1층에서 원하는 회를 구매해 2층 식당에서 상차림비만 내고 먹을 수 있는 시스템이에요. 1인 여행자라면 소량으로도 주문 가능한 물회를 추천해요. 싱싱한 광어나 우럭을 넣은 물회 한 그릇에 만 원 안팎이면 충분하며, 새콤달콤한 양념과 얼음이 동동 뜬 시원한 국물이 여행의 피로를 한 번에 날려줘요.
회센터 근처에는 작은 카페들도 많아요. 점심 후 커피 한 잔을 들고 항구를 바라보며 앉아 있으면, 어선이 들어오고 나가는 모습과 일하는 사람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펼쳐져요. 혼자 여행할 때는 이런 잔잔한 풍경을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힐링이 되죠.
저녁: 묵호 중앙시장과 석양 감상
다시 묵호항으로 돌아와 중앙시장을 둘러보세요. 이곳은 전형적인 동해안 어촌 시장으로, 오징어와 건어물, 해산물이 가득해요. 저녁은 시장 안 분식집에서 해물칼국수나 김밥으로 간단히 해결해도 좋고, 혼밥이 부담스럽지 않다면 항구 근처 식당에서 생선구이 정식을 주문해도 돼요. 대부분 식당이 1인 메뉴를 운영하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저녁 식사 후엔 묵호등대 근처나 방파제로 나가 석양을 감상해보세요. 해가 수평선 너머로 천천히 내려앉는 광경은 하루를 마무리하기에 완벽한 장면이에요. 바람이 제법 세게 불 수 있으니 가벼운 바람막이 점퍼 하나쯤은 꼭 챙기세요.

묵호에서 나를 만나는 시간
묵호는 화려하지 않아요. 유명 관광지처럼 사람들로 북적이지도 않고, SNS에 올릴 만한 핫플레이스가 즐비한 곳도 아니에요. 하지만 그래서 더 좋아요. 혼자 걷고, 혼자 밥 먹고, 혼자 바다를 바라보는 동안 나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니까요. 일상에서 놓쳤던 내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고, 그동안 바빠서 미뤄뒀던 생각들을 정리할 여유가 생겨요.
묵호 여행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여행이 아니라, 온전히 나를 위한 여행이에요. 파도 소리를 들으며 걷는 골목길, 따뜻한 물회 한 그릇, 석양이 지는 바다. 이 모든 순간이 나를 채워주는 시간이 되어줄 거예요. 혼자여도 괜찮고, 혼자라서 더 좋은 곳. 그런 곳이 필요할 때, 묵호로 떠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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