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까지만 해도 일본 여행이라고 하면 번화가 호텔에 짐만 풀어놓고 아침부터 밤까지 관광지를 뛰어다니는 루틴이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지난겨울, 처음 료칸에 묵으면서 여행의 의미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료칸은 단순한 숙소가 아니라, 느리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나를 돌아보는 공간이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료칸이란 무엇인지, 그곳에서의 하루 루틴이 어떻게 일상의 재충전으로 이어지는지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소개합니다.

료칸이란? 호텔과는 다른 공간의 정의
료칸은 일본 전통 양식을 따르는 숙박시설로, 다다미방·후스마(종이 미닫이문)·온천욕·가이세키 요리 등이 기본 구성입니다. 서양식 호텔처럼 침대와 책상이 놓인 공간이 아니라, 바닥에 이불을 깔아 자고, 식사는 방 안이나 별도 다이닝룸에서 코스로 제공받습니다.
료칸의 가장 큰 매력은 '동선의 단순함'입니다. 체크인하면 유카타로 갈아입고, 온천에 들어가고, 방으로 돌아와 식사를 하고, 다시 온천에 가거나 정원을 산책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복잡한 일정표 없이 오롯이 쉬는 것만 허락되는 공간, 그것이 료칸입니다.
료칸 하루 루틴: 느림의 미학을 체험하다
오후 3시, 체크인과 동시에 직원이 방까지 안내하며 차와 과자를 직접 내어줍니다. 짐을 풀기도 전에 앉아서 차 한 잔을 마시는 이 시간이 이미 휴식의 시작입니다. 유카타로 갈아입고 나면, 료칸 특유의 복도를 따라 온천으로 향합니다. 실내탕과 노천탕을 오가며 30분 이상 몸을 담그고 나면, 평소 긴장했던 어깨와 허리가 풀리는 걸 체감합니다.
저녁 6시, 방으로 돌아오면 이미 상이 차려져 있거나 직원이 코스 요리를 한 접시씩 가져옵니다. 제철 식재료로 만든 가이세키 요리는 맛뿐 아니라 눈으로도 즐기는 예술입니다. 식사 후에는 다시 온천에 들어가거나, 정원을 산책하며 밤 공기를 마십니다. 아침 7시엔 조식이 제공되고, 체크아웃 전까지 한 번 더 온천을 즐기는 것이 료칸의 정석 루틴입니다.

료칸이 일상의 재충전으로 이어지는 이유
료칸에서의 24시간은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시간'입니다. 평소 서울에서의 루틴은 아침 7시 알람, 출근 준비, 회사 동선, 퇴근 후 운동이나 약속, 자정 전 잠드는 패턴의 반복이었습니다. 그런데 료칸에서는 알람 없이 일어나고, 입고 싶은 옷(유카타)이 이미 준비돼 있고, 식사 메뉴를 고민할 필요도 없습니다. 온천에 들어가는 것 외엔 어떤 결정도 요구되지 않습니다.
이 단순함이 뇌를 쉬게 만듭니다. 료칸에서 돌아온 뒤 일주일간은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업무 집중도도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료칸 경험 이후로는 주말에도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만들기 시작했고, 그 작은 변화가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료칸 선택 시 체크할 비교 기준 3가지
료칸을 고를 때는 위치·온천 유무·식사 포함 여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도심형 료칸은 접근성이 좋지만 온천이 없거나 인공 온천인 경우가 많고, 산간 료칸은 자연 온천과 조용한 환경이 보장되지만 대중교통 접근이 어렵습니다.
가격대는 1박 1인당 2만 엔(약 18만 원)부터 20만 엔(약 180만 원) 이상까지 다양합니다. 고급 료칸일수록 객실 수가 적고 프라이빗한 온천(가시키리 온천)이나 개별 정원이 포함됩니다. 반면 중저가 료칸은 공용 온천과 기본 식사 구성이 주를 이루지만, 료칸 특유의 분위기와 서비스는 충분히 경험할 수 있습니다.

료칸의 단점과 현실적인 대안
료칸의 가장 큰 단점은 가격입니다. 1박에 20만 원 이상 지출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온천만 이용할 수 있는 당일 입욕권(히가에리 온천)을 활용하는 것도 대안입니다. 또한 료칸 특유의 격식과 조용한 분위기가 어린 자녀가 있는 가족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펜션형 료칸이나 온천 호텔을 선택하면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온천과 일본식 식사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료칸 여행을 당장 계획하기 어렵다면, 집이나 동네에서 '료칸 루틴'을 재현해보세요. 주말 오전, 스마트폰을 멀리 두고 차 한 잔을 천천히 마시는 것부터 시작입니다. 목욕 시간을 30분 이상 확보하고, 조명을 낮추고, 향을 피우며 온전히 쉬는 시간을 만드세요. 이 작은 변화가 일상 속 재충전의 시작입니다.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