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산 게임을 설치하고 실행하는 순간, 화면에 뜨는 '튜토리얼 시작' 화면. 그리고 반사적으로 찾게 되는 '스킵' 버튼. 분명 게임사는 친절하게 설명하려 했을 텐데, 왜 우리는 매번 튜토리얼을 건너뛰게 될까요? 오늘은 게이머라면 누구나 공감할 이 현상에 대해, 일상 속 게임 플레이 경험을 중심으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퇴근 후 30분, 튜토리얼 볼 시간이 없다
직장에서 오후 6시에 퇴근해서 집에 도착하면 7시. 저녁 먹고 씻고 나면 8시 반. 잠들기 전까지 게임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입니다. 이 소중한 시간에 10분짜리 튜토리얼을 보고 있자니, 마치 영화 보러 갔는데 예고편만 30분 보는 기분이 듭니다.
특히 요즘 게임들은 튜토리얼이 점점 길어지는 추세입니다. 캐릭터 움직이기, 카메라 조작하기, 인벤토리 열기, 스킬 사용하기 등 하나하나 따라 하다 보면 정작 게임 본편은 시작도 못 하고 자야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게임은 재미를 위해 하는 건데, 튜토리얼은 마치 '숙제'처럼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이미 아는 내용의 반복, 지루함의 시작
RPG 게임을 10년 넘게 해온 게이머라면, 대부분의 조작법은 이미 손에 익어 있습니다. WASD로 이동하고, 마우스로 시점을 돌리고, 스페이스바로 점프하는 건 거의 본능 수준입니다. 그런데 새 게임을 시작할 때마다 "W키를 눌러 앞으로 이동해보세요"라는 메시지를 봐야 한다면, 이건 친절함이 아니라 시간 낭비로 느껴집니다.
특히 같은 장르의 게임을 연속으로 플레이할 때 이 현상은 더 심해집니다. 액션 게임 3개를 연달아 하면, 세 번째 게임의 튜토리얼은 거의 복사-붙여넣기 수준으로 똑같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강제로 다시 배우는 건, 마치 매일 아침 출근길에 같은 교통안전 교육을 들어야 하는 것과 비슷한 기분입니다.
스토리 몰입을 방해하는 강제 학습 시간
게임 초반, 주인공이 위기에 처한 극적인 장면이 펼쳐집니다. 긴박한 배경음악과 함께 적들이 몰려오는데, 갑자기 화면이 멈추고 "이 버튼을 눌러 회피하세요"라는 튜토리얼 창이 뜹니다. 그 순간 몰입감은 산산조각 납니다. 영화로 치면 클라이맥스 장면에서 갑자기 일시정지하고 감독이 나와서 촬영 기법을 설명하는 격입니다.
게이머들은 스토리에 빠져들고 싶어 합니다. 캐릭터의 감정을 느끼고, 세계관에 몰입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튜토리얼은 이런 몰입을 지속적으로 끊어버립니다. "지금은 배우는 시간이야"라고 끊임없이 상기시키면서 말이죠. 결국 많은 게이머들은 스토리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 튜토리얼을 스킵하는 선택을 합니다.

시행착오로 배우는 게 더 재미있다
사실 게임의 큰 재미 중 하나는 '발견'입니다. 이것저것 눌러보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하면서 게임 시스템을 이해해가는 과정 자체가 즐거움입니다. 튜토리얼은 이런 발견의 기쁨을 빼앗아버립니다. 마치 퍼즐 게임을 하는데 옆에서 누군가 계속 정답을 알려주는 것과 같습니다.
요즘 많은 게이머들은 유튜브나 트위치에서 게임 공략을 찾아봅니다. 막히는 부분이 생기면 그때 검색해서 필요한 정보만 얻습니다. 이 방식이 게임사가 제공하는 튜토리얼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선택적입니다. 내가 원하는 정보를, 원하는 타이밍에, 원하는 만큼만 얻을 수 있으니까요.

튜토리얼을 스킵한다고 해서 게임을 못 하는 건 아닙니다. 대부분의 게임은 플레이하면서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이나 독특한 조작법을 가진 게임이라면, 짧고 간결한 튜토리얼은 분명 도움이 됩니다.
중요한 건 선택권입니다. 튜토리얼을 보고 싶은 사람은 볼 수 있고, 건너뛰고 싶은 사람은 건너뛸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나중에 필요할 때 언제든 다시 볼 수 있는 옵션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게임은 재미를 위한 것이고, 튜토리얼은 그 재미를 돕는 도구여야지, 방해 요소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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