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나도 광장을 지나 좁은 골목으로 접어드는 순간, 바삭하게 구워지는 버터 냄새가 코끝을 자극해요. 오후 두 시, 마카오의 햇살은 파스텔 톤 건물 벽면을 따라 부드럽게 흘러내리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광둥어와 포르투갈어가 뒤섞인 대화 소리가 이 도시의 독특한 정체성을 일깨워요. 에그타르트 가게 앞에 늘어선 줄은 이미 10미터를 넘어섰지만, 누구 하나 짜증 내지 않아요. 모두 그 황금빛 커스터드를 기다리는 순례자 같은 표정이에요.

16세기 수도원에서 시작된 달콤한 실수
마카오 에그타르트 이야기는 포르투갈 리스본 근교 벨렘 지역에서 시작돼요. 16세기 제로니무스 수도원의 수도사들은 수도복을 풀칠할 때 달걀흰자를 사용했는데, 남은 노른자를 버리기 아까워 설탕과 우유를 섞어 타르트를 만들었어요. 이것이 바로 '파스텔 데 나타(Pastel de Nata)'의 기원이에요.
1989년, 영국인 앤드루 스토우는 리스본에서 맛본 이 타르트에 매료되어 마카오로 건너왔어요. 그는 원조 레시피를 연구하고 개량해 '로드 스토우스 베이커리'를 열었고, 마카오식 에그타르트가 탄생했어요. 포르투갈 원조보다 커스터드가 더 부드럽고 달콤하며, 겉은 바삭하게 캐러멜라이징된 것이 특징이에요. 마카오가 포르투갈 식민지였던 역사가 한 입 크기의 디저트로 압축된 거죠.

홍콩과는 다른, 마카오만의 에그타르트 정체성
홍콩도 에그타르트로 유명하지만, 마카오와는 스타일이 달라요. 홍콩 스타일은 주로 쇼트크러스트 페이스트리를 사용해 쿠키 같은 식감이고, 커스터드도 더 단단해요. 타이파이 베이커리나 컴펑 같은 체인점에서 쉽게 찾을 수 있죠. 반면 마카오식은 퍼프 페이스트리로 겹겹이 쌓인 층이 공기처럼 가볍고, 커스터드는 부드러워 숟가락으로 떠먹어도 될 정도예요.
가격 면에서도 마카오가 더 저렴해요. 홍콩에서는 개당 15-20홍콩달러(약 2,500-3,500원)지만, 마카오는 10-13파타카면 충분해요. 게다가 마카오는 관광지 특성상 24시간 운영하는 베이커리도 많아서, 새벽에 카지노에서 나와 따끈한 에그타르트로 허기를 달래는 것도 가능하죠.
에그타르트 투어 실전 코스
마카오 반도에서 시작해 볼까요? 세나도 광장에서 마가렛 카페로 걸어가면 10분 정도 걸려요. 아침 9시쯤 도착하면 줄이 짧고, 갓 구운 타르트를 받을 확률이 높아요. 한 박스(6개입) 사면 할인도 받을 수 있어요. 여기서 성 바울 성당 유적까지는 도보 5분, 사진 찍고 관광하면서 천천히 소화시키세요.
점심 후에는 타이파 지역으로 이동해요. 베네치안 카지노 근처에도 여러 에그타르트 가게가 있지만, 진짜 보물은 타이파 빌리지 골목에 숨어 있어요. '쿤 옥 스완(Koi Kei Bakery)' 같은 로컬 베이커리에서는 개당 8파타카에 살 수 있고, 맛도 체인점 못지않아요. 오후 3-4시에 방문하면 갓 구운 것을 받을 수 있어요.
콜로안 섬의 로드 스토우스는 마카오 반도에서 버스로 40-50분 거리예요. 25, 26A 버스를 타면 되고, 버스비는 6파타카예요. 도착하면 한적한 어촌 마을 분위기와 함께 줄 서 있는 사람들을 보게 될 거예요. 평일 오후 2-3시가 비교적 한가하고, 갓 구운 타르트를 받을 확률도 높아요.
에그타르트와 함께 즐기는 마카오식 애프터눈
에그타르트만 먹기엔 뭔가 아쉽죠? 마카오 사람들은 '차찬텡(茶餐廳)'에서 밀크티나 유안양(鴛鴦, 커피+홍차 믹스)과 함께 먹어요. 세나도 광장 근처 '남병공(Nam Ping Cafe)'에서 아이스 밀크티 한 잔에 타르트 하나면 완벽한 오후 간식이 돼요. 가격은 둘 다 합쳐 30파타카(약 5,000원) 정도예요.
타이파 빌리지에서는 포르투갈 와인과 페어링해 보세요. '안토니오(Antonio)' 같은 포르투갈 레스토랑에서 포트 와인 한 잔과 에그타르트를 주문하면, 직원들이 살짝 놀라면서도 "클래식한 조합"이라고 인정해 줘요. 달콤한 와인이 커스터드의 풍미를 더욱 끌어올려요.

마카오가 에그타르트 성지가 된 이유
단순히 맛있는 디저트 하나로 도시의 정체성이 만들어질까요? 마카오는 그게 가능했어요. 450년 포르투갈 식민 역사, 중국 반환 후에도 유지된 독특한 문화, 그리고 앤드루 스토우라는 한 사람의 열정이 만나 기적을 만들었죠. 지금 마카오에서는 하루 평균 10만 개 이상의 에그타르트가 팔려요. 인구 68만 명인 도시에서 말이에요.
관광객들은 카지노와 세계문화유산만 보러 오지만, 진짜 마카오를 경험하려면 에그타르트 하나는 꼭 먹어야 해요. 베네치안의 화려한 천장화보다, 세나도 광장의 물결 무늬 타일보다, 갓 구운 타르트 한 입이 더 강렬한 기억으로 남을 거예요. 그 작은 타르트 안에 16세기 수도원의 지혜, 대항해시대의 모험, 동서양 문화의 융합이 모두 녹아 있으니까요.
여행의 의미, 한 입에 담긴 역사
여행은 때로 거창한 명소보다 작은 음식 하나로 더 깊이 기억돼요. 마카오의 에그타르트는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이 도시가 걸어온 시간의 증거예요. 포르투갈 수도사들이 남긴 레시피가 수백 년을 건너 중국 땅에서 새롭게 꽃피웠고, 이제는 전 세계 사람들이 찾아오는 이유가 됐어요.
마카오를 떠나면서 공항 면세점에서 냉동 에그타르트를 사는 사람들을 봐요. 집에 돌아가 오븐에 데워 먹으며 여행을 추억하려는 거죠. 하지만 진짜는 마카오 골목길, 그 습한 공기와 뒤섞인 언어들, 그리고 갓 나온 타르트의 뜨거운 김과 함께해야 완성돼요. 그래서 우리는 또 마카오를 찾게 될 거예요. 그 작은 타르트 하나 때문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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