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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T본 스테이크, 500년 역사가 담긴 한 접시의 이야기

피렌체 구시가지 석양과 두오모 전경

 

피렌체의 5월 오후, 아르노 강변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좁은 골목 사이로 흘러들어 옵니다. 노을빛에 물든 테라코타 지붕들 사이로 레스토랑에서 흘러나오는 고소한 숯불 냄새가 공기를 채웁니다. 이곳에서 가장 먼저 코끝을 자극하는 것은 바로 피렌체식 T본 스테이크,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의 향기입니다.

피렌체와 T본 스테이크, 그 특별한 인연

피렌체에서 T본 스테이크가 유명해진 이유는 단순히 맛있어서가 아닙니다. 이 요리는 토스카나 지역의 역사, 문화, 그리고 자부심이 고스란히 담긴 문화유산에 가깝습니다. 15세기 메디치 가문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이 스테이크는 토스카나의 특산 소인 '키아니나' 품종을 사용합니다. 키아니나 소는 세계에서 가장 큰 품종 중 하나로, 발디키아나 계곡에서 2000년 넘게 사육되어 온 토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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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피렌체에서는 성 로렌초 축제 때마다 광장에서 대규모 야외 바비큐가 열렸고, 이때 통째로 구운 소고기를 시민들에게 나눠주었습니다. 영국 여행객들이 이 큰 뼈가 붙은 스테이크를 보고 "Beef steak!"이라 외쳤고, 이것이 이탈리아어 '비스테카'로 정착되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지금도 피렌체 구시가지 곳곳에는 이 전통을 이어가는 레스토랑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키아니나 소와 토스카나 목장 풍경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 무엇이 특별한가

진정한 피렌체식 T본 스테이크는 까다로운 조건들을 충족해야 합니다. 우선 고기는 최소 생후 15개월 이상의 키아니나 소에서 나온 것이어야 하며, 두께는 최소 4~5cm, 무게는 800g에서 1.5kg 사이여야 합니다. T자 모양의 뼈를 중심으로 한쪽에는 등심, 다른 쪽에는 안심이 붙어 있어 두 가지 식감을 동시에 즐길 수 있습니다.

 

조리법 또한 엄격합니다. 냉장고에서 꺼낸 고기를 최소 2시간 상온에 두어 실온으로 만든 뒤, 참나무나 올리브 나무 숯불에서 강한 불로 겉면만 빠르게 익힙니다. 내부 온도는 50도 전후로, 우리 기준으로는 레어에 가까운 상태입니다. 간은 오직 소금과 후추, 그리고 토스카나산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만 사용합니다. 이 단순함 속에 고기 본연의 맛을 극대화하는 피렌체 요리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피렌체 현지 맛집, 어디서 먹을까

피렌체 중앙시장 근처의 '트라토리아 마리오'는 1953년부터 영업해 온 가족 경영 식당입니다. 점심시간에는 현지 직장인들로 북적이며, 1인 1메뉴 원칙이 엄격합니다. 비스테카는 최소 2인분부터 주문 가능하며, 무게를 재서 가격을 책정합니다. 1kg당 약 45~55유로 수준으로, 2인이 먹기에 충분한 1kg 스테이크는 약 50유로 전후입니다.

 

산타 크로체 성당 뒤편의 '치브레오 트라토리아'는 좀 더 세련된 분위기를 선호하는 여행객들에게 인기입니다. 예약은 필수이며, 오후 7시 이전 방문 시 웨이팅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곳은 비스테카와 함께 토스카나 전통 사이드 메뉴인 파졸리 알 피아스코(플라스크 안에서 조리한 흰 강낭콩)를 꼭 함께 드시길 권합니다.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 플레이팅과 와인

 

구시가지에서 약간 벗어난 '페르세오'는 현지인들이 더 많이 찾는 숨은 맛집입니다. 산타 마리아 노벨라 역에서 트램 T1 노선으로 15분 거리에 있으며, 관광지 가격보다 10~15% 저렴하면서도 품질은 동일합니다.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특히 추천하며, 아이들을 위한 파스타 메뉴도 훌륭합니다.

실전 주문 팁과 에티켓

피렌체 레스토랑에서 비스테카를 주문할 때는 몇 가지 알아두면 좋습니다. 주문 시 웨이터가 고기를 테이블로 가져와 무게를 확인시켜 줍니다. 이때 고기 상태를 눈으로 확인하고 동의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익힘 정도는 선택 사항이 아닙니다. "미디엄으로 해주세요"라고 하면 "이건 피렌체 스테이크가 아니다"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습니다.

 

식사 시 곁들일 와인은 토스카나의 키안티 클라시코나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를 추천합니다. 레스토랑 하우스 와인도 품질이 우수한 편이니 부담 없이 선택하셔도 좋습니다. 식사 후 코페르토(테이블 차지)와 봉사료가 별도로 붙으니, 총 예산은 1인당 40~60유로 정도로 잡으시면 적당합니다.

피렌체 스테이크가 주는 의미

한 접시의 스테이크에는 토스카나의 들판, 수백 년 이어온 농부들의 손길, 그리고 전통을 지키려는 요리사들의 자부심이 담겨 있습니다. 피렌체의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음식이 아니라, 한 지역의 정체성과 역사를 맛보는 경험입니다. 가족과 함께 나눠 먹는 큰 접시 위의 스테이크는, 여행의 순간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이탈리아식 환대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피렌체를 떠날 때, 여러분의 기억 속에는 두오모의 풍경과 함께 이 특별한 맛이 오래도록 남아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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