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 공기가 차갑게 코끝을 스치는 겨울날, 나고야역에서 버스에 몸을 싣고 약 3시간을 달려 도착한 시라카와고. 창문 너머로 펼쳐진 풍경은 마치 동화책 속 한 장면 같았어요. 급경사 초가지붕 위에 소복이 쌓인 눈, 하얀 연기를 피워 올리는 민가들, 그리고 그 사이를 걷는 여행자들의 발자국 소리.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곳은 일본 전통 건축양식 '갓쇼즈쿠리'가 고스란히 보존된, 살아있는 역사 마을이에요.
나고야에서 시라카와고 가는 법
나고야에서 시라카와고로 가는 가장 편한 방법은 노히버스 고속버스예요. 나고야역 메이테츠버스센터 3층에서 출발하는 직행버스는 예약제로 운영되며, 편도 약 3,400엔, 왕복 6,200엔 정도예요. 성수기에는 최소 2주 전 예약이 필수이고, 특히 겨울 라이트업 시즌에는 예약이 더 빨리 마감될 수 있어요. 새벽 일찍 출발하는 첫 버스를 타면 오전 10시쯤 도착해 오후 5시 출발 버스로 돌아오는 당일치기 코스가 가능해요.
기차와 버스를 조합하는 방법도 있어요. JR로 다카야마까지 간 뒤 노히버스로 갈아타는 루트인데, 시간은 더 걸리지만 다카야마 구시가지도 함께 둘러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겨울철에는 도로 상황에 따라 지연될 수 있으니 여유 있게 일정을 짜는 게 좋아요.
시라카와고 마을 오전 산책 코스

버스에서 내리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안내소와 작은 상점가예요. 여기서 마을 지도를 챙기고, 본격적으로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 보세요. 시라카와고의 상징인 갓쇼즈쿠리 가옥들은 합장한 손 모양처럼 생긴 급경사 지붕이 특징이에요. 이 구조는 폭설을 견디고 통풍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건축양식이죠.
가장 먼저 들러볼 곳은 와다가 주택이에요. 국가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이곳은 내부 관람이 가능한 대표적인 민가예요. 입장료는 300엔 정도이고, 1~2층 구조로 된 실내에서 옛 생활용품과 양잠 도구들을 볼 수 있어요. 천장이 높고 어두운 실내는 촛불 하나 없이도 묘한 따뜻함이 느껴져요.
이어서 걸어가다 보면 나오는 데이라마치 거리에는 작은 카페와 기념품 가게들이 모여 있어요. 이 골목길을 천천히 걷다 보면 시간이 멈춘 듯한 고요함과 마주하게 되죠. 겨울철에는 눈이 소복이 쌓여 발걸음마다 바삭거리는 소리가 나는데, 그 자체로 힐링이에요.
시로야마 전망대에서 바라본 절경
시라카와고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시로야마 전망대예요. 마을 입구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10분 정도 올라가면 도착하는데, 편도 200엔으로 저렴해요. 겨울철에는 걸어 올라가기 힘들기 때문에 셔틀버스 이용을 추천해요. 전망대에 서면 시라카와고 마을 전체가 한눈에 내려다보여요.

삼각 지붕들이 질서정연하게 늘어선 풍경, 그 사이로 흐르는 쇼가와 강, 주변을 둘러싼 산들까지. 특히 겨울철 눈이 내린 날에는 온 세상이 하얀 캔버스처럼 변해요. 이 풍경을 사진에 담으려는 사람들로 전망대는 늘 붐비지만, 그만큼 놓칠 수 없는 포토스팟이에요. 해질 무렵에 다시 올라오면 석양빛에 물든 마을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어요.
점심은 현지 향토 음식으로
시라카와고에서 꼭 먹어봐야 할 메뉴는 히다 소고기 요리와 소바예요. 마을 안쪽에 있는 식당들은 대부분 정통 일본식 정식을 제공하는데, 가격은 1,500~2,500엔 정도예요. 히다 소고기 구이 정식은 부드러운 육질과 고소한 맛이 일품이고, 메밀로 만든 소바는 쫄깃하면서도 담백해요.
추운 겨울엔 따뜻한 나베 요리나 된장찌개도 인기예요. 작은 식당들은 점심시간에 대기가 길 수 있으니, 11시 30분쯤 일찍 방문하거나 오후 1시 30분 이후에 가는 걸 추천해요. 식사 후에는 마을 카페에서 따뜻한 아마자케(단술)나 말차 라테를 한 잔 마시며 쉬어가는 것도 좋아요.
오후 코스, 민가원과 기념품 쇼핑
오후에는 시라카와고 민가원 야외박물관을 둘러보세요. 입장료는 600엔이고, 20여 채의 갓쇼즈쿠리 가옥들이 이전 복원되어 있어요. 각 가옥마다 테마가 달라서 양잠, 농기구, 생활용품 등 다양한 전시를 볼 수 있어요. 겨울철에는 눈 덮인 민가원 풍경이 정말 아름다워서 사진 찍기에도 좋아요.

마을을 나오기 전 기념품 가게에 들러보세요. 시라카와고 특산품인 도부로쿠(탁주), 히다 사케, 목공예품, 손수건 등이 인기예요. 작고 가벼운 엽서나 마그넷도 여행 기념으로 좋아요. 가격은 500엔부터 시작해서 부담 없이 살 수 있어요.
여행 준비물과 실용 팁
시라카와고는 겨울철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눈이 많이 와요. 방한 장갑, 목도리, 귀마개는 필수이고, 방수 기능이 있는 트레킹화나 부츠를 신는 게 좋아요. 눈길에서 미끄러질 수 있으니 아이젠이나 미끄럼 방지 패드도 준비하면 안전해요. 여행용 보온텀블러에 따뜻한 음료를 담아가면 야외에서 몸을 녹이기 좋아요.
짐을 최소화하고 싶다면 접이식 백팩이나 크로스백 하나로 가볍게 다니는 걸 추천해요. 카메라, 보조배터리, 핫팩 등 소소한 물품들을 정리하기 좋은 여행용 파우치도 유용하죠.
계절별 시라카와고의 다른 매력
겨울 외에도 시라카와고는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선사해요. 봄에는 벚꽃과 신록이 어우러지고, 여름에는 푸른 산과 논밭이 펼쳐져요. 가을 단풍 시즌도 인기가 많죠. 하지만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시기는 역시 겨울이에요. 특히 1~2월 중 6회 정도 진행되는 야간 라이트업 행사 기간에는 예약 전쟁이 벌어질 정도예요.
라이트업 때는 오후 5시 30분부터 7시 30분까지 마을 전체에 조명이 켜져 환상적인 분위기가 연출돼요. 이 시기에 방문하려면 최소 2개월 전 버스와 숙소를 예약해야 해요. 당일치기보다는 1박을 하며 여유롭게 즐기는 걸 추천해요.
시라카와고가 우리에게 남긴 것
버스에 다시 몸을 싣고 나고야로 돌아오는 길, 창밖으로 멀어지는 시라카와고를 바라보며 문득 생각했어요.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시간과 자연이 빚어낸 삶의 흔적이라는 걸요. 300년 넘게 이어진 갓쇼즈쿠리 가옥들, 그 안에서 대를 이어 살아온 사람들, 그리고 그 전통을 지키려는 노력들. 시라카와고는 빠르게 변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 느림의 가치와 전통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곳이에요. 눈 덮인 지붕 아래 피어오르던 하얀 연기처럼, 그 따뜻한 여운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여행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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