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토랑 테이블 옆에서 웨이터가 커다란 원형 치즈 덩어리를 들고 와 파스타 위에 치즈를 갈아주는 장면, 한 번쯤 보셨을 거예요. 그 순간 퍼지는 고소하고 진한 향, 입안에서 스르르 녹으며 남기는 깊은 감칠맛. 바로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우리에게는 파마산 치즈로 더 익숙한 그 치즈예요. 한 덩어리에 몇백만 원을 호가하는 이 귀한 치즈가 완성되기까지 과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까요?

파마산 치즈 제조, 하루 만에 끝나지 않는다
진짜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를 만드는 데는 최소 12개월, 길게는 36개월 이상이 걸려요. 그것도 숙성 기간만 그렇다는 거예요. 치즈 제조 자체는 하루 안에 이루어지지만, 그 이후의 숙성과 관리가 진짜 핵심이에요. 이탈리아 에밀리아로마냐와 롬바르디아 지역에서만 생산되는 이 치즈는 수백 년 전통 방식 그대로 만들어져요.
제조 과정은 새벽에 시작돼요. 전날 저녁에 짠 우유와 당일 아침에 짠 우유를 섞어 거대한 구리 가마솥에 넣고 천천히 가열해요. 여기에 송아지 레닛(응고제)을 넣어 우유를 응고시키는데, 이 과정만 약 10분 정도 걸려요. 그다음 치즈 커드를 잘게 부수고 다시 55도까지 가열한 뒤 가라앉힌 커드를 천으로 건져 올려요. 이때 두 명의 치즈 장인이 힘을 합쳐 무거운 치즈 덩어리를 들어 올리는데, 무게가 무려 50kg가 넘어요.
이렇게 건져 올린 치즈는 원형 틀에 담겨 하루 정도 압착 과정을 거쳐요. 그리고 약 3주간 소금물에 담가 염장을 하죠. 이 과정에서 치즈 표면에 짠맛이 스며들고 보존성이 높아져요. 여기까지가 대략 한 달 정도 걸리는 초기 제조 과정이에요.

진짜 맛은 숙성실에서 완성된다
염장이 끝난 치즈는 이제 본격적인 숙성 과정에 들어가요. 온도 18~20도, 습도 80% 정도로 유지되는 숙성실에 옮겨져 최소 12개월간 천천히 익어가요. 이 기간 동안 치즈는 단순한 유제품에서 복합적인 풍미를 지닌 식재료로 변신해요. 12개월 숙성된 치즈는 부드럽고 크리미한 질감에 은은한 단맛과 고소함이 느껴져요.
18개월 숙성부터는 진짜 파마산 치즈의 맛이 드러나기 시작해요. 치즈 속 단백질이 분해되면서 작은 결정이 생기는데, 이게 씹을 때 느껴지는 바삭한 식감의 비밀이에요. 입안에서 사르르 녹으면서도 알갱이가 씹히는 독특한 질감, 그리고 깊은 감칠맛과 약간의 견과류 향이 조화를 이뤄요.
24개월 이상 숙성된 치즈는 수분이 더 빠져나가면서 맛이 더욱 농축돼요. 짠맛과 단맛, 감칠맛이 강렬하게 느껴지고, 카라멜이나 과일 향까지 복합적으로 나타나죠. 30개월 이상 숙성된 최고급 치즈는 가격도 비싸지만, 그만큼 풍미가 압도적이에요. 치즈 전문가들은 이 정도 숙성된 치즈를 와인과 함께 즐기거나, 그냥 작은 조각만 잘라 씹으면서 음미하기를 추천해요.
장인의 손길, 매일매일 이어지는 관리
숙성실에서 치즈는 그냥 방치되는 게 아니에요. 치즈 장인들은 일주일에 2~3번씩 치즈를 뒤집고, 표면을 솔로 문질러 관리해요. 이 과정에서 곰팡이나 균열을 체크하고, 치즈 표면이 고르게 숙성되도록 돕죠. 한 숙성실에 수천 개의 치즈 휠이 있다는 걸 생각하면 정말 어마어마한 노동이에요.
숙성 12개월이 지나면 전문 검사관이 작은 망치로 치즈를 두드려 소리를 듣고 품질을 평가해요. 속이 비었거나 균열이 있으면 소리로 바로 알 수 있거든요. 이 검사를 통과한 치즈만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마크를 받고 시장에 나갈 수 있어요. 불합격한 치즈는 다른 용도로 쓰이거나 더 저렴하게 판매되죠.

한 덩어리에 550리터의 우유가 들어간다
원형 파마산 치즈 한 덩어리의 무게는 평균 35~40kg이에요. 한 덩어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약 550리터의 우유가 들어간다고 하죠. 그러니까 비쌀 수밖에 없어요.
이탈리아에서도 진짜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는 kg당 3만 원 이상 하고, 한국에서는 더 비싸요. 레스토랑에서 테이블 서비스로 제공되는 원형 치즈 한 덩어리는 대략 300~500만 원 수준이에요. 물론 숙성 기간이 길어질수록 가격은 더 올라가죠.
시간이 빚어낸 자연의 선물
파마산 치즈는 결국 시간과 인내의 산물이에요. 첨가물 없이 오직 우유, 소금, 레닛 세 가지만으로 만들어지지만, 12개월에서 36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자연스럽게 숙성되며 깊은 맛을 얻죠. 치즈 한 조각을 입에 넣고 씹을 때마다 그 긴 시간과 장인의 정성이 느껴지는 이유예요.
요즘은 다이어트를 하는 분들도 소량의 파마산 치즈를 활용해요. 고단백 저탄수화물 식단에 잘 맞고, 조금만 사용해도 풍미가 강해서 요리 만족도가 높거든요. 샐러드나 구운 채소 위에 살짝 갈아 뿌리면 맛도 건강도 모두 챙길 수 있어요.
다음에 레스토랑에서 커다란 원형 치즈 덩어리를 보게 되면, 그 안에 담긴 수백 일의 기다림과 장인의 손길을 떠올려 보세요. 그리고 집에서도 작은 조각으로나마 그 맛을 즐겨보세요. 시간이 만들어낸 진짜 맛, 파마산 치즈의 세계는 생각보다 훨씬 깊고 풍부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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